logo

작년에 광주 쌍촌동 모 교회 앞 왕복9차선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두 여성이 교통사고를 당하였다. 택시에서 내린 두 여성은 좌우를 살피지 않은 채 건너가다가 빠른 속도로 오는 차량에 치였고 사망하였다.

만약 피해자의 가족이라면 한순간 교통사고로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느낌일 것이다. 게다가 막상 피해보상시 야간에 9차선이나 되는 대로를 무단횡단하였다는 과실로 보상액이 줄어드는 결과에 두 번째 좌절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범죄피해를 당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우리나라 법이 가해자에게 관대하거나 법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사고를 낸 운전자는 어떠할까? 영상 속 그 운전자는 빠른 속도로 차량을 몰았던 정황이 의심이 되며 과속 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어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한 것에서는 처벌을 받을 것이고, 피해자가 아무리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해줘야 한다. 그런데 이에 대해 사람들은 운전자를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렸다. 청원 게시자는 무단횡단을 한 잘못이 큼에도 오히려 운전자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법을 어긴 무단횡단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차량 위주의 사고방식”이 지배적인 우리나라에서 가능한 의견이다.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대부분 도로가 차량 우선 소통이 아닌 사람 우선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적색 등화가 켜진 상태에서 사람이 지나가더라도 오히려 운전자들은 ‘화는 날 지언정’ 이들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주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으며 경적을 울리지도 않는 ‘진귀한’광경을 볼 수 있다. 오랜 경우 ‘사람 우선’의 도로를 만들어온 전통과 그에 따른 결과라 하겠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일단 법을 살펴보자.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을 치어서 사망이나 상해의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1항에 따라서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법은 12개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고 중상해의 결과가 아니라면 종합보험에 가입이 되어있거나 또는 피해자의 처벌을 불원하는 명시적 의사(통상 합의라는 용어로 쓰임)가 있는 경우 등에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무단횡단에 관한 판례는 야간에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를 무단횡단하는 경우에 예견가능성이 없으므로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았으나 그 외의 경우에는 대부분 처벌을 하는 것으로 판시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법제와 판례를 고려해볼 때, 원칙적으로 야간에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가 아닌 한 무단횡단하는 사람이라도 사고를 내면 운전자가 처벌을 받게 되나, 사망사고 및 중상해를 입지 않은 경우, 12개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이 되어있든지 등에 따라 얼마든지 처벌을 피할 수 있는 특례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의 입법례보다 훨씬 더 운전자에게 유리하게 되어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속도위반 등에 관대하고 도로는 차량 위주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다시 사례로 돌아가보자. 위의 사례에서는 전용도로나 고속도로가 아니었으므로 운전자가 처벌을 받는 경우라고 보이며 무엇보다 과속을 한 정황이 보이므로 12개 중과실에 해당하여 불처벌의 특례를 받지 못하고 처벌을 피하지 못하였을 것이라고 본다. 민사적으로 배상을, 형사적으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과속’쯤에 대해 사망이라는 예견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으니 운전자가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아직도 ‘차량위주’의 사고방식에 길들여진 것이다. 만약 저 차가 과속하지 않았더라면 분명 운전자는 저들을 발견하였을 것이고 사망이라는 결과까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

그리고 무엇보다 저들이 우리의 가족이었다고 생각한다면? 판단은 각자에게 맡긴다.